대륙지배망상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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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보고, 그리고, 듣고, 쓰다.
by 라츠베인



오늘 포스팅을 리뷰로 때우긴 심심하니까 쓸데없는 잡담 한 가지 더.

우리 부부에게는 디카가 하나 있는데... 어디까지나 남편이 샀으므로 실 소유자는 남편에게 있다.
그러나 자주 쓰는 사람은 바로 나.
이유는 간단하다. 단순히 블로그 업로드용 앨범 쟈켓 사진을 찍으려는 의도 하나뿐이다.

나는 [사진이란 대충 뭔지 물체만 또렷하게 보이면 된다]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사진 찍기를 취미로 가지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비웃음거리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만한 신념인데... 사실 사진 찍는 것의 재미라던가, 매력을 여태까지 못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몇일 전에도 친구가 새로 산 디카를 가지고 [이게 몇화소고 기능이 어쩌고 저쩌고...] 한참 떠들었지만.... 으음.... 뭐랄까.... 이제 와서 고백하는 얘기지만... 한 시간 넘게 떠든 친구의 장황한 얘기는 [디카 새로 샀는데 이게 킹왕짱이다] 라고만 머리속에 간단히 한줄 요약되어 있다. 플래시며 렌즈며 반사며 화소며 그 외의 기억하지 못할 이야기들은 이미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다.
미안하다 친구야... 그러나 진짜 못 알아듣겠더라... 난 찍어서 사진으로 나오기만 하면 그걸로 카메라의 기능은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인간이야...

나도 공과대 출신이기에 기계에 대해서는 그나마 강하다고 자부하고 있지만, 그 기준이 카메라로 흘러가면 난감무쌍하다. [카메라란 사진만 잘 나오면 그만 아닌가요] -> [그러니까 그 사진을 잘 찍으려면 카메라를 잘 알아야 되는 거죠] -> [대충 걍 선명하게 나오기만 하면 되는데요...] -> [아니, 그러니까...] 보통 이런 대화로 흘러가게 되는데.... 이런 이유때문에, 사진에 취미있는 친구들은 나의 [대충 걍]의 기준을 도무지 모르겠다고 팔짝팔짝 뛰고, 나는 뻘쭘해져서 걍 대충만 나오면 된다는 소리를 질리지 않고 반복할 뿐이다.
근데 더 모르겠는건... 그 친구들이 여태 질리지 않고 나에게 카메라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는 거다. 대체 왜? 대체 왜? 내 머릿속의 물음표는 도무지 사라질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내 경험상 그런 전문적인 이야기는 조금이라도 그 방면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해야 재밌는데 말이지. 나는 그냥 단순히 들어주는 것조차 못하는데... 게다가 완전 짜게 식은 얼굴을 하고 듣는데(언젠가 한번... 친구의 장황한 이야기를 듣는 내 얼굴을, 가게 벽에 붙은 거울로 목격하고 허걱한 적이 있다) 대체 왜? -_-;

...아무튼간에 내게 필요한 것은 [블로그에 업로드할 수 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일 뿐이다.
예전에는 핸드폰의 카메라 기능을 사용했었지만, 그 퀄리티가 워낙 조잡했던지라 글씨조차 알아볼 수 없었기에 포기. 찍는 사람의 기술이 서투른 탓이겠지만... 아무튼 최신 디카에는 그 기능이 있지 않던가. 바로 손떨림 방지 기능! 이것이야말로 나같은 인간을 위해 태어난 현대 기술의 승리다.

관심있는 기계와 관심없는 기계간의 갭이 엄청난 나랑은 달리, 남편은 모든 기계류에 박학다식한 편이라서 이럴 때 많은 도움이 된다. 사실 디카를 산 것도 이런 주변기기를 좋아하는 남편의 취미에 의한 것이니까 말이다. 그 당시에도 남편은 옆에서 본인이 사고 싶은 디카에 대해 장황한 설명을 길게 늘어놓았지만... 나는 사고 싶은 건 사라는 주의기에 [응. 알았어. 그냥 사]라고만 짧게 한마디 했을 뿐.
나중에 알고 보니 기적의 기능 = 손떨림 방지 기능이 붙어있었기에 엄청 좋아하며 잘 샀다고 칭찬했던 기억이 난다. (아무래도 내가 생각하는 좋은 카메라의 기준은 [손떨림 방지 기능]이 붙어 있느냐 아니냐의 기준인 것 같다.)

근데 그 후 디카 사용량은 내 쪽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데 문제가 있겠다.
사고 나서 가방 한켠에 고이 모셔두는 남편을 보고 나는 왜 안쓰냐는 의문의 말을 던졌지만 [쓸 일이 없어...T_T]라는...좀 귀여운 목소리로 귀여운 답변만 돌아왔을 뿐. 이럴땐 참 저희 남편이 마치 아기곰마냥 귀엽단 말이죠... 아니, 이런 말을 하려는 게 아니라.... 결국 그런고로 어제 내가 정식으로 디카님을 양도받았다. 절대 뺏은 게 아니다. 절대 절대 뺏은 게 아니다. 그저 평화롭게 양도받은 것 뿐이다.

그리하야 소유권 이전에 따른 기념샷(-_-;) 한 컷 올려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것이 바로 우주 삼라만상의 현장. -_-
각종 USB 케이블과 충전 케이블로 어지럽게 뒤범벅된 책상 꼴을 보고 있자니 뭐랄까 참...
쪽팔림을 넘어서 나름 포지티브/유쾌해지기도 한다. -_-;;
둘다 치우는 데는 끝장인지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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