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에 잠이 안 와서 음악을 들으며 리뷰를 쓰다가, 랜덤 플레이 리스트에서 E☆E의 [これだけの日を跨いで来たのだから(이만큼의 날을 넘어 왔으니까)]가 흘러나왔다. 익숙한 프레이즈가 흘러나왔지만 들을 때마다 익숙해지지 못하는 이 곡. 물론 좋은 의미로서 하는 말이다.
가끔 나는 내가 어째서 ENDLICHERI☆ENDLICHERI에 이토록 빠져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곤 한다. 어떤 점이 좋은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복잡하고 구구절절해지겠지만... 그의 음악을 들을 때는 그 모든 것이 한방에 이해되곤 한다. 말로는 못하지만 마음으로 깨닫는 심정이랄까. 스스로 얘기하기도 간지러운 소리지만... 난 정말 이 사람의 사상과 음악세계를 무척이나 아끼고 있다는 것을 하루에도 몇번씩 깨닫게 된다.
언젠가도 블로그에 한번 쓴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열과 성의, 마음을 다해 좋아할 수 있는 아티스트와 같은 시대를 함께 걸어가고 있는 것, 나는 그걸 굉장한 축복이라 생각한다. 자신의 마음을 뒤흔들 수 있는 아티스트가 동시대에 존재한다는 것... 그거 대단한 축복 아닌가. 현재를 살아가며 마음을 다할 수 있고, 성장하고 진화하는 아티스트의 앞길을 그려 보며 기대감에 부풀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참을 수 없는 행복이다. 아니, 거창하게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적을 필요도 없다. 적어도 내게는 그것이 무엇보다 큰 행복이라 느껴지니 그걸로 좋은 거다. 애써 그룹 지을 필요가 없이, 음악을 듣는 주체인 [나]만 좋으면 그만이니까 말이다.
예전에 국내 밴드인 S모 밴드를 좋아했을 때 생각이 난다. 그네들의 생각과 음악관에 동감하게 되면서 무척이나 좋아했었는데... 그들은 2집을 내고 나서 소리 소문없이 잠적해 버렸다. 하염없이 기다렸지만 돌아오지 않았고, 그대로 해체됐다는 소리만 들려왔다.
3집 내겠다고 굳게 약속한 주제에 소리 소문없이 해체된 그들을 탓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기다리는 동안의 공백기가 무섭게도 쓸쓸했을 뿐이다. 이 시대를 함께 걸어가는 아티스트를 마음을 다해 좋아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그 때 깨달았다.
그들이 마지막으로 2집을 낸 것이 1999년 11월.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이다. 그 후, 나는 아무 아티스트에게도 반하지 못했다. 물론 괜찮다 싶은 음악이야 차고 넘칠 정도로 잔뜩 있었지만, 그렇게 맹목적으로 열과 성의를 다해 좋아하지는 못했다.
뭐. 한때 그렇게 불타올랐으니 좋은 추억이고, 그걸로 됐다 싶어서 거의 포기하고 있을 때 만난 것이 ENDLICHERI☆ENDLICHERI.
*
처음에는 E☆E가 아닌 아이돌 도모토 쯔요시로서 만났다.
J-pop은 별로 듣지 않지만, 그 중에서도 꽤 괜찮다 생각하는 싱어송라이터 야이다 히토미를 보려고 출연 방송을 찾아 본 게 그 계기였다. 재미있는 토크에 웃으면서 가볍게 보다가... 야이다 히토미의 히트곡 [My Sweet Darlin']에서 예상치도 못했던 엉뚱한 사람에게 급소를 가격당한 것이다.
아무튼간에 보컬이 엄청 취향인데다 노래를 너무 잘해서, 방송 보고 난 다음에 이것저것 정보를 찾아보았지만... 아쉽게도 그가 속한 그룹은 별로 취향이 아니었다. 아이돌이란 점에서도 왠지 마이너스였고, 노래 역시 그냥 평범하게만 느껴졌다.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았다. 그냥 팝스 그 자체였다. 좋은 곡도 있었지만 곡 간의 호오가 심히 갈리는데다..... 뭐. 아무튼 그냥 그랬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관심사에서 멀어져 가고 있었다.
그랬는데 몇일뒤에 우연히 오리콘 차트곡을 몰아 듣다가, 귀에 확 띄는 곡을 발견했다. 그 곡이 바로 [The Rainbow Star].... (난 처음에 신인인줄 알았다.)
곡이 꽤 대박인데 누구지? 해서 출연 방송을 찾아보니 몇일전에 봤던 바로 그 사람이 아닌가!
그 방송이 바로 Hey! Hey! Hey!의 ENDLICHERI☆ENDLICHERI 출연분이었고... 스스로 기획안을 만들어서 사무소에 제출했다는 말이 왠지 무척 호감이었다. 게다가 라이브도 엄청 좋았다. 그에 대한 이미지가 한방에 약간 호감에서 급호감으로 바뀌었다.
그 후에 솔로 앨범을 찾아 들었는데... 뒷통수를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이건 꽤나 좋다! 라고 생각해서 바로 앨범 주문을 넣으면서, 전에 냈다는 앨범 두 장도 찾아 들었다. 어라. 근데 그것도 상당히 취향인게 아닌가. 어딘가 미숙한 부분도 약간 있었지만 그 감성과 표현력이 장난 아니었다. 그 자리에서 바로 그 두 장도 주문해 버렸다.
그거 주문하면서 난 완전 행복했다는 거 아닌가. 이번에야말로 대박 건졌다고 생각했다.
배송 기간 동안에 솔로로 나왔던 DVD나 방송들을 보기 시작했는데.... 로쏘 DVD 보면서 충격받았고, 오사카 스트리트 라이브 공연 보면서 완전 푹 빠졌다. 마지막으로 [우리들의 음악]을 보고 나니... 이건 뭐 이미 헤어날 수 없는 경지더라 이거다.
그리고 여차저차해서 반년 뒤.... 나는 운명의 앨범 [Neo Africa Rainbow Ax]를 만났다.
도모토 쯔요시가 훵크를 좋아해서, 훵크 스타일 어레인지를 자주 하고... 그 쪽에 재능이 넘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취향의 앨범을 1년만에 들고 나올줄은 몰랐다. [Coward]도 무척이나 멋진 앨범이었는데... [Neo Africa Rainbow Ax]는 진짜 굉장했다. 흠잡을 곳이 없었다. 이렇게 좋은 소리를 담은 앨범은 진짜 간만에 만나본 듯한 느낌이었다. 진짜 밤에 이불 덮고 그 앨범 들으며 울었다. 너무 좋아서....
그리고 반년 전의 야이다 히토미양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야이다양은 절 모르겠지만 전 언니가 무지 좋아요♡ 고마워요♡ 이런 식으로 말이다. (-_-;) 그리고 오리콘 차트곡 몰아서 보내줬던 지인분에게도 싸랑한다고 전했다. 지인분은 왠 아닌 밤의 홍두깨냐고 얼떨떨해 하셨지만 난 진짜 일주일간 밥이라도 쏘고 싶었다.
그 후에는 E☆E cosmology 라디오 방송이 아주 지대로 대박을 때려 주셨다.
그 방송을 들으면서 아티스트의 사상에까지 공감한다는 게...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처음 알았다.
아무튼간에 일생일대의 완소방송이었던 그 방송이 종료될때, 차분한 어조로 담담하게 자신의 현재 심정과 상황을 이야기하는 케리의 목소리, 그리고 그 내용에 심장 뽀사지게 울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그 라디오만 들으면 수도꼭지마냥 눈물 주르륵이다.
아무튼 이랬다.
그 뒤로 여태 일직선 E☆E Love / 교주님 만세 / 별님 절대 충성 모드로 달려오고 있다.
*
얘기가 중간에 삼천포로 샜는데... 아무튼간에 말하고 싶은 것은 지금 열과 성의를 다해, 마음을 다해 좋아할 수 있는 아티스트가 있어서 매우 행복하다는 점이다.
지금은 성실히 그룹 활동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그를 응원하고 있지만(아이돌 모습도 나름 신선해서 즐겁다), 언젠가 깜짝 놀라 뒤집어질만한 신곡을 들고 찾아올 ENDLICHERI☆ENDLICHERI를 기다리는 중이기도 하다.
현재 내가 좋아하는 E☆E가 어떤 방향으로 성장할지, 진화할지는 전혀 모른다. 예상조차 하기 힘든 것이 도모토 쯔요시요, E☆E 스타일이기 때문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언제나 본질을 잊지 않는 도모토 쯔요시기에 아무 걱정도 하지 않는다. 그 마음이 퇴색할 리 없는 강한 의지의 소유자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음악을 진심으로 아끼고, 어떤 메세지를 음악에 실어 던지려 노력하는 사람의 악곡은... 듣는 순간 필이 온다.
그 순간을 매우 기쁘다고 느끼는데... 요즘은 그런 악곡 찾기가 참으로 힘들다.
넘쳐나는 음악과 아티스트의 홍수 속에서 가슴을 뒤흔들 수 있는 호소력을 지닌 사람을 찾았다는 것이... 나의 행복이자 자랑이다.
예전에 E☆E의 이벤트를 구경하고 왔던 유명 엔지니어 이시즈카 료이치(NARA 앨범 믹싱에도 참여)가 블로그에 썼던 말이 생각난다.
[조금이나마 E☆E의 스탭으로서 참가할 수 있었던 것이 나의 자랑이다.]
[28세 뜨거운 청년 아티스트 ENDLICHERI가 지금의 CHAGE&ASKA의 연령이 되었을 때는, 얼마나 굉장한 아티스트로 성장해 있을지 무척 기대된다.]
이 말을 읽었을 때, 무척이나 감격했었는데... 앞으로 10년, 20년이 흐르는 동안 더욱 깊어질 그의 세계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두근두근거린다. 역시 마음을 다해 열중할 수 있는 아티스트와 같은 시대를 함께 걸어가고 있다는 것은 너무 멋지다.
TRACKBACK 0 AND
COMMENT 4

PRE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