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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츠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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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츠지 유키토 원작, 사사키 노리코 그림


[동물의사 닥터 스쿠르]라던지 [헤븐]으로 잘 알려진 작가 사사키 노리코는 전후후무한 리얼계 개그의 달인이다.

그녀의 그림은 코믹하고 과장되어 있지 않은 사실적 표현들이 많은데... 읽는 사람을 쓰러지게 만드는 사사키 노리코 특유의 개그 센스는 바로 그 사실적 표현에서 나오는 것이다. 작품 속의 등장 인물들이 너무나 진지하게 상황(?)에 임하고 있는 장면에서 폭소를 터뜨리게 되는 것이 대부분인데... 바로 그 점이 사사키 노리코 작품의 강점이자, 재능임을 부정할 수 없다.

이런 사사키 노리코와 추리작가 아야츠지 유키토가 만났댄다.
천재적인 개그 만화가와 천재적인 추리 소설가가 만나서 뭔 작품이 탄생했다는데... 대체 뭐가 나왔을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궁금함에 벽을 긁고 있다가 며칠 전 사소한 계기로 인해 벼르고 있던 이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나는 10대 시절부터 사사키 노리코의 팬이였으며... 또래 아가씨들이 서점에서 우아하게 점잖은 책들을 고르고 있을 때, 추리소설 코너에서 신작을 집어 드는 추리소설 매니아다.
추리소설 매니아들은 대부분 두가지 유형으로 나뉘게 된다는데... 함께 추리해가는 행위, 즉 추리 자체를 즐거움으로 여기며 작가와 함께 치밀한 두뇌 싸움을 하는 유형과, 추리 소설의 플롯및 스토리 텔링 그 자체를 읽는 걸 즐거움으로 삼는 유형이 있다고들 한다. 이 중에서 내가 어느쪽에 속하는가 따져본다면 확실히 후자 쪽이다. 주어진 힌트들을 모아가며, 작품속의 탐정과 경쟁하며 추리를 한다기 보다는, 추리소설 특유의 꽉 짜여진 치밀한 플롯을 읽는 걸 좋아하는 편이니까 말이다.
나쁘게 말하자면 대충대충 흥미 본위로 가볍게 읽고 만다는 것인데... 사실 어떻게 보면 나는 흥미거리로 추리소설을 읽고 있는 것이 맞긴 하니까....으음..... 그렇다고 해서 추리소설을 폄하하고 있다는 것은 절대 아니고, 나름대로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읽고는 있는데 소화하는 방법이 틀리다고나 할까. 뭔가 애매한 표현이지만 아무튼 그렇다.

아무튼 이런 내가 이 작품을 잡았다. 이 책을 사기 전에 내 나름대로 미리 여러가지 감상평들을 읽어 봤었는데... 대부분의 이야기가 [추리작품으로서는 꽝]이라는 평들 뿐이었다. 그것을 인지하고 읽어서 그랬을까.... 난 의외로 괜찮았다. 정통 추리극으로서는 산만한 면이 없잖아 있지만, 사사키 노리코의 작품으로서 평가하자면 난 꽤 만족이었다.

구성도 연출도 수준급, 과연 사사키 노리코라는 감탄이 터져나올 정도로 매끄러운 텔링 능력과 섬세한 배경설정, 개성 풍부한 조연들(너무 풍부해서 탈이었지만), 이야기를 거침 없이 클라이막스로 이끌어가는 그 능숙함은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단점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지적한 것처럼 시도 때도 없이 터져나오는 개그 때문에 진지하게 몰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인데... 작품의 플롯을 구성한 아야츠지 유키토의 팬이었다면 많이 실망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야 애초부터 사사키 노리코의 팬이었으니까 [사사키 노리코가 도전한 추리 작품]이라는 시선을 가지고 봤기에 즐거웠지만서도.

어디서 봤는지는 잘 모르겠는데(아마 인터뷰나 관련자료였다고 생각한다), 사사키 노리코가 아야츠지 유키토의 원작을 한번 잘게 부수어서 모두 이해하고 자신의 것으로서 재탄생시킨 작품이라는 문구를 슬쩍 본 기억이 난다.
딱 그 말 그대로라고 생각한다.
 
아무튼간에 "서로에게 마이너스가 된 작품"이라고 딱 잘라 평가하기에는 구성이 너무 좋았고, 이야기가 재미있었고, 스토리가 탄탄했다. 적어도 나는 이 작품을 통해 [사사키 노리코는 개그만 소질있는게 아니다]라는 가능성을 발견했고, 아야츠지 유키토라는 사람의 작품을 [읽어 보고 싶다]는 것을 느꼈으니 말이다.



PS: 사사키 노리코의 핏줄에 개그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재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야말로 웃음의 신이 내렸다고밖에는...

PS 2: 책이 비싼만큼 공을 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종이 질도, 인쇄 질도, 번역상태도 만족.

PS 3: [하]권에 동봉되어 있는 보드게임 부록을 휴대폰으로 찍어 봤는데... 이게 또 완전 뿜긴다는 거 아닌가.
당신들 애초부터 이 작품을 개그로 끌고 가고 싶었던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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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리게 나와서 보이진 않지만, 보드게임 설명서. 미국너구리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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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진지한 맛은 전혀 없는 이 보드게임. 그래도 상당히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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